놀라운 홍채학

어제 용하기로 소문난 한의원에 일부러 예약하고 갔었다. 미리 예약도 안되어서 당일 예약에 그 날 오후부터 진료.
어머니가 아침에 전화가 안되서, 직접 가셔서 예약을 하셨다는...
눈동자 사진만 찍어서 그걸로 점쟁이처럼 모든 질병을 다 맞춰내고, 약을 잘 짓는다고 해서 갔었는데,
의외로 한의원 자체는 무지 허름했다.
6명이 앉으면 꽉차는 벽에 금이 간 듯한 시골 대기실에 카운터가 하나 있고, 침 맞는 방 하나, 진료실 하나.
굉장히 작은 규모인데도, 검색해보니 근처 동네에서는 모르면 간첩인 듯 명의로 유명세를 누리고 있었다.

가서 어떻게 왔냐고 물어보지도 않고,
바로 맥집고, 눈동자 사진을 찍더니, 똥그란 눈동자만 찍힌 사진을 보고 이야기를 풀어간다.

첨에 한 이야기.
"이야~ 머리가 엄청 좋으시네요... 차고도 남을 정도로 머리가 좋으네.." 그러면서 혼잣말로 감탄하듯 '이렇게 머리가 좋을 수도 있나?'라며 웅얼거린다.
"에엑? 그걸 어떻게 아시나요? 제가 머리가 좀 좋다고는 그러더라구요 ㅋㅋ 그런게 저 화면에 나와요?" 그랬더니 그렇단다...
그러면서 곧 하는 말이,
근데 좋은 머리 때문에 기가 다 소진 되었어요. 생각이 너무 깊으신게 문제군요. 너무 한가지만 생각하고, 균형이 안맞도록 머리가 좋아서, 기와 몸을 상하게 하고 있어요. 생각을 끊으세요. 신경쓰는 것이 있으면 그것이 심각한 병을 만듭니다.

그리고 나서 이야기한 것은 소장이 약하단다. 설사를 자주해서 대장내시경도 하고 여러가지 검사도 했었는데 다 정상이라 원인을 몰랐는데, 이 한의사 이야기로는 소장이 약해서, 좋은 약 좋은 것을 먹어도 흡수가 안되는 상황이란다. 그래서 소화안되는 찬 것이랑 밀가루 먹지 말라고. 특히, 맥주 마시지 말란다.

다음은, 허리가 아주 안좋아 질 수 있단다. 지금은 괜찮을 지 몰라도, 그냥 두면 허리가 굉장히 안좋아질 상이라고. 골반이 뒤틀려서 그런데, 요즘 유행하는 골반 교정 같은 것은 다 헛소리란다. 교정은 5분만에 되도, 30초 후면 다시 제자리로 돌아온다나. 그저 바른 자세로 계속 유지하도록 노력하란다. 골반이 뒤틀렸을 때는 달리기나 조깅을 포함한 웬만한 운동들이 다 안좋단다. 그저 걷기만 30-40분씩 하라고.

아. 그리고 마지막으로...
아주 순수한 분이네요? 라고 한다.
에? 저 안 순수한데요? ㅋㅋ 그러니까 그냥 웃으면서 엄청 순수하단다.
글쎄 근데 순수랑 병이랑은 무슨 상관이지? 
진단에 잘 속아줘서 순수? ㅋㅋ 

암튼 메모랜덤으로 남기는
이야기는 그 정도였는데, 듣고 보니 특별한 것 없이 다 당연한 소리이기는 하다.
그래도 마치 눈동자 사진만을 보고 다 맞추니 뭔가 신기하고,
점쟁이 도사를 만나는 느낌이 나서, 
사람들로 하여금 용하다고 생각하도록 만드는 것 같다.

원리야 어떻든, 한의학은 믿음이다.
환자가 의사를 믿기만 해도 병은 반은 나은 것이나 다름없는데,
실력있는 의사가 되기는 쉬운 지 몰라도 신뢰를 주는 의사가 되기는 힘들다.
그런 의미에서 이런 방식도 나름 상당히 훌륭해보인다.

어찌되었든 사전 지식 없이 눈동자 사진 만으로 (물론, 그 외에도 목소리나 앉아있는 자세라든가 얼굴색이라든가 그런 걸로 힌트를 얻었겠지만) 진단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해서,
잠깐 검색해보니, 홍채학이라는 것이 옌날부터 있었구나.
근거가 뭔지는 모르겠다만, 작은 홍채를 꽤 정밀하게 구분해 놓았네.

<<그림 출처는 구글 이미지 검색>>

사람의 발생학적인 정보가 반드시 신체의 어디엔가 어떤 특징적인 형태로 나타나는 곳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면,
눈동자나 손금 등을 보고 사람의 건강상태를 읽어내는 것도 영 불가능하다고 생각되지는 않는다.
근데 그 자유도를 줄이고나 진단의 신뢰성이 높아지기 위해서는 상당한 데이터 마이닝이 되어야할텐데...
암튼 신기하다.




by SvaraDeva | 2012/02/09 15:59 | 트랙백 | 덧글(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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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ㅋㅋㅋ at 2012/02/09 16:04
무당에게 헛돈 쓰고 오셨군요. 처음에 좋은 소리 해주면 사람들 잘 넘어가죠.
Commented by SvaraDeva at 2012/02/09 17:16
원래 쇼핑의 즐거움은 그런거죠 ㅋㅋ
Commented by brolly at 2012/02/09 21:01
뭐 알지도 못하면서 남의 블로그와서 익명으로 이런 소리나 하는 무례한 너님은 무당보다 더 해로운듯.
Commented by SvaraDeva at 2012/02/10 06:58
ㅎㅎ 열받아하지 마세요. 저 사람도 살면서 쌓인게 많아서 저런식으로라도 풀려는 것 아니겠어요? 딴 것은 관두고 무당에겐 헛돈이라니.. 무당은 뭐 먹고 살으라구 ㅋㅋ
Commented by 긁적 at 2012/02/09 17:06
..;; 글쎄요. 홍체만 가지고 모든 장기의 정보를 다 알아낸다는 건 무리로 보입니다.
Commented by SvaraDeva at 2012/02/09 17:19
그렇지요? 도사에겐 뭔가 다른 노하우가 있겠지요. ㅎㅎ
Commented by 동군 at 2012/02/09 18:38
이...이것 뭔지 모를 신세계구만요!!
Commented by SvaraDeva at 2012/02/10 06:58
ㅎㅎ 그죠? 실제 저런 것을 쓰는 사람이 있다니..
Commented by brolly at 2012/02/09 21:14
와. 정말 신기해요+_+! 홍체 플러스 진맥을 잘 하는 의원인 거겠지요. 대개의 한의사들은 진맥만 짚고 그러고도 엉터리소리 허다하게 하잖아요. 요즘 신경 많이 쓰냐는둥 너무 피로해서 기가 허하다는둥 그런 뻔한 레퍼토리보단, 아무에게나 해당되지않는 저런 특이한 이야기는 매우 흥미롭네요!!! 그리고 정말 믿음이 중요한 것같아요. 병원과 의사와 약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병이 꼭 나을 거라는 신념이 중요하게 작용하는 거에요. 그런 신념은 또 자기랑 궁합이 잘 맞아야 생기는 힘이니까 무시할만한 것도 아니구요. 기가 잘 맞는 분을 만나셔서 참 다행입니다.
Commented by SvaraDeva at 2012/02/10 06:59
그죠. 한의학은 믿음이요 종교랍니다 ㅋㅋ 이건 옌날 한의학연구원 원장이 했던 말이예요 ㅋㅋ
Commented by PFN at 2012/02/09 21:53
이게 왜 과학?
Commented by SvaraDeva at 2012/02/10 07:00
그러게... 이게 왜 과학? ㅋㅋ
Commented by 와우 at 2012/02/09 22:02
이거 완전 제얘긴데요?
설사..허리..골반..머리좋은것까지...
님 제 홍체랑 똑같으신가봐요!
Commented by SvaraDeva at 2012/02/10 07:00
ㅍㅎㅎㅎ
Commented by brolly at 2012/02/09 22:11
한국과학자란이들은 한의학을 미신취급하는 경향이 있어서... 과학밸리로 보내신 거면 피곤한 반향이 상당하실듯하니 괘념치 마소서. ㅋㅋㅋ
Commented by SvaraDeva at 2012/02/10 07:01
아 다른 카테고리가 없더라구요 ㅋㅋ
저도 한국의 과학자로서, 가끔 익숙치 못한 체계의 포말리즘을 무시하게 되는데, 뭐 워낙 다른 사상기반에서 완성된 이론은 그 나름대로 가치는 있는 것 같더라구요.
Commented by 보더 at 2012/02/09 22:27
홍체가 아니라 홍채요..

전 개인적으로 한의원을 싫어하는데(과학적 근거를 제쳐두고라도)
뭐만 하면 밀가루금지, 술금지, 기름진거금지..
알아! 나도 술 안먹으면 속 괜찮은거 안다고! 누가 몰라서 술먹나!
Commented by SvaraDeva at 2012/02/10 07:04
아. 쓰면서도 이상하다 했어. 감사합니다. 수정했습니다 ㅋㅋ
그러게요.
서양 내과가면 무조건 술담배 끊고, 스트레스 받지말고 운동해라.
한의원 가면 무조건 밀가루에 찬음식 먹지말라.

뭐 비단 한의원 뿐만아니라 병원이란 곳에서 듣는 말이 뻔하죠.
근데 옳은 말이니까 뭐라 할 수도 없고... 안지켜서 몸망치는 놈만 의지박약이 되는 기분이라 영... ㅋㅋ
Commented at 2012/02/09 22:55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SvaraDeva at 2012/02/10 07:05
아 서울 집 근처예요. ㅋㅋ
Commented by brolly at 2012/02/09 23:15
허억. 한의학이 기원은 아니었네요 크게 관련이 있었던 것도 아닌듯하고..
http://www.hani.co.kr/section-010100020/2005/05/010100020200505181614001.html
Commented by SvaraDeva at 2012/02/10 07:05
네 헝가리 사람이 만들었다죠?
Commented by 회색사과 at 2012/02/10 00:49
분석표 조금 더 자세하게 만들 수 있으면 ....
아예 전문가가 필요없을 것 같은데요? ㅎㅎ
홍체 사진 하나 찍고....
사진 두장 대조하면 신체의 특징이랑 아픈곳이 전부 나올 것 같아요!
Commented by SvaraDeva at 2012/02/10 07:05
근데 부위는 그렇다치고 정상이랑 비정상이 어떻게 나타나는 지를 모르니. ㅋㅋ
Commented at 2012/02/10 01:10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SvaraDeva at 2012/02/10 07:07
아 서울 집 근처예요. 오 요즘 연구소 들어가기가 하늘의 별따기인데, 축하드려요~! 물리학 하신다고 했죠? 물리학 하고 관련직장잡기가 정말 힘든데... 동생이 엄청 똑똑하신가봐요.
Commented by 요로레히 at 2012/02/10 12:40
스바라님 만큼 쿨하게 믿어 주는 건 좋겠지만, 가끔 너무 믿어서 좀 안쓰러워 보이는 사람들도 많지요. 그걸 또 부추기는 한의사들이 많아서 욕을 먹는 것 같아요. 순수해보인다, 는 진단은 퍽 멋진데요. 그 한의원 꽤나 매력적인 곳 같습니다~
Commented by SvaraDeva at 2012/02/10 23:11
원래 어떤 종교든 믿음이 지나치면 안쓰러워보이죠. 종교는 즐길 정도가 적당한 것 같아요. 예를들자면 교회옵빠만나러 가는 소녀의 마음 정도? ㅎㅎ
그죠? 순수라는 진단이라니 거참.
Commented by 봄이솔이아빠 at 2012/02/12 20:47
나도 한번 가볼까?
Commented by SvaraDeva at 2012/02/16 05:13
한국오니 어디 허하삼? ㅋㅋ
Commented by 산만 at 2012/02/13 09:17
음 저도 제 외국인친구가 홍채학 하는데 가보고 싶다고 해서 저는 안보고 친구 통역해주러 따라갔었어요. 친구는 남편이랑 같이 갔는데 궁합까지-_-;;;; 맞다는 이야기를 해주더라구요. 근데 저는 나름 감탄하면서 들었는데. 건강하게 타고 난 부분과 타고나지는 않았지만 후천적으로 좋아진 부분 같은 이야기도 하고. 정말 "믿음"의 차원이기도 하겠지만 사람 체질이라는것도 확실히 있는거 같아요. 암튼 좋은 머리와 순수한 마음을 지키려면 밀가루를 멀리하셔야겠군요.

(저는 홍채검사는 안했지만 지금 한달째 밀가루 안먹고있는데 피부와 몸이 정말정말 좋아지긴 했어요)
Commented by SvaraDeva at 2012/02/16 05:16
우와. 외국인 홍채는 뭔가 색깔도 다르고, 완전 보기 힘들 것 같은데 볼 수 있는 사람이 있나보네요? 그런게 있구나 건강함과 후천적. 비리하게 타고난 부분과 후천적으로 더 나빠진 부분만 갖고 있다면...;; 정말 안습이겠어요 ㅎㅎ
음 근데 말은 쉽지만, 현대를 살아가면서 밀가루를 안먹을 수가 없은 것 같은데요.
산만님은 대단한 의지의 싸나이.
Commented by 산만 at 2012/02/25 15:02
늠름한 대한의 건아라 불러주십시오.
Commented by SvaraDeva at 2012/02/28 16:45
ㅋㅋㅋ
Commented by thiscase at 2012/02/13 14:16
어디냐? 난 뭐라고 할지 궁금하다~~ ㅎㅎ
Commented by SvaraDeva at 2012/02/16 05:16
자그니 이사간 동네다. ㅎㅎ 둘이 손잡고 가보든가 ㅎㅎ
Commented at 2012/02/14 20:26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SvaraDeva at 2012/02/16 05:17
전화번호는 네 블로그에 남길께. 근데 올해 전반기엔 한국에 없을 거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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