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노끼 마쯔잔 만들기

봄이 되면 요즘 가장 하고싶은 것의 이미지는
벚나무 아래에서 쥰마이긴죠를 마쯔잔에 부어 벚꽃잎 하나 띄워
얼굴이 불콰해질정도로 마시고,
으헤으헤 들뜬 마음으로 햇살을 즐기는거다.
 
(짤방은 예전 언젠가 일본출장에서 호스트가 대접한 가이세끼 요리중 "하나미"라는 제목의 그집 전채요리. 이름답게 저 우산 위에 한 점 올려놓은 벚꽃 한 잎의 풍류가 아뜩했었다)

사께의 수입이 일반화되고, 거리 조경수로 벚나무를 조경한 것도 십수년이 지나서
이런 이미지를 즐기는 것도 어렵지는 않은데,
문제는 제대로된 마쯔잔은 아직도 구하기 힘들다.

그래서 전부터 물에 변하지 않고, 향이 좋은 히노끼로 마쯔잔을 만들고 싶었다.
우리나라 편백나무는 뭔가 일본 히노끼랑은 향과 결이 달라 일부러 잔을 만들기 위해서
미야자끼 현의 히노끼 목재를 구했다.
하지만 옹이가 심하고 결이 안좋아서, 적당한 목재를 골라내는 것에만 한참의 시간과 노력을 들였다.

헌데...
이놈이 루바제라... 두줄로 긴 홈이 나있다.. 이거 없애려면 도대체 얼마나 대패질을 해야하는거야 --;

박박 대패질을 해봐도 답이 안나온다. 또 집에서 대패질을 하기엔 저 긴 길이의 루바제를 고정시킬 작업 공간도 없다.


여전히 깊게 파여이는 두 줄의 홈.

결국 아깝지만 반토막을 내서야 제대로 고정이 되서, 고속으로 대패질을 할 수 있었다.

자랑스런 내 대패로 박박 밀어대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말하기를 동양대패는 직접 고수로부터 배우지 않는 이상 
혼자서 조정하고 익숙하게 대패질을 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 하다고 한다.
하지만 그건 원리만 잘 이해하면 전혀 어려운게 아니란 것을 몸소 증명했다. 난 대패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처음 산 대패를 날갈기부터 어미날, 덧날 조정, 대패질 자세와 힘주는 포인트까지 어느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고 해냈다.
대패질의 고수만이 한다는 글씨가 비칠정도의 얇은 대패밥. 그거 기냥 된다. 아래는 증거사진. 얇은 대패밥 아래로 글자가 확연히 읽힌다.   

죽어라 대패질을 해서 드디어 평면을 만들고, 마무리는 모시고(?)있는  NX로...


완성된 판재를 이용해서 네 개의 벽과 바닥판을 잘라내고,
사개맞춤을 위해 사개장을 조각한다.
왜냐하면 전에 히노끼 욕조를 만들었을 때 설명한 것처럼
물이 닿는 구조라 짜맞춤을 할 수 밖에 없어서.
욕조는 주먹장을 했는데, 이 마쯔잔은 사개맞춤으로 했다.
얼핏보기에 주먹장이 사개맞춤보다 조각이 어려워 보이지만,
실제 난이도는 사개장이 더 어렵다. 왜냐면 오차가 누적되어 한 부분이 틀리면 다른 곳이 완전 비틀리기 때문에
모든 사개장부가 정확히 같은 크기로 가공되어야한다. 
정밀 가공은 소점도로.

장부 대패로 안쪽 부분도 매끈하게 다듬어, 아구가 물샐틈 없이 맞도록 한다.
 


가조립을 하여 비틀림은 없는 지 확인하고,
펼쳐서, 접착제가 남지않도록 마스킹테이프를 붙이고 접착제를 넘치지도 않고 모자르지도 않게 골고루 세밀하게 바른다. 접착제는 FDA승인된 음식이 닿을 수 있는 안전규정레벨의 것을 사용한다. 접착제의 굳는 시간이 매우 짧으므로 신중하면서도 신속하게 작업한다.
마무리 다듬을 때, 대패에 의한 스트레스를 받으므로, 완전 고정이 되도록 24시간 동안 클램핑하여 굳힌다.

고정이 된 후에, 바닥판이 물샐 틈 없이 붙도록, 완전 평면을 만들도록 바닥 모서리 들을 대패질 한다.
그 후에 바닥 면을 신중하게 접착하고, 클램핑하여 다시 24시간을 경과시킨다.



바닥 면이 견고히 붙으면, 물을 부어 물이 새는 지 확인하고.

튀어나온 마구리 면들을 마지막으로 다듬는다. 마구리가 물을 먹어야 좀 부드러워서 대패질이 수월하다. 대패질 할때 항상 목재가 반대편에서 지지하고 있는 방향으로만 힘을 주어야한다. 반대방향으로 마구리 대패질을 하면 마구리가 다 뜯겨나가니 주의하도록 한다.
자아 엊그제 점심시간에 판 구리화인을 가스렌지에 달궈서, 마쯔잔의 바닥면에 놓고 누른다.
火印은 적어도 강한 불에 2분이상 달구고, 나무에 1분이상 놓도록 한다. 

멋지게 찍힌 시그니쳐. ㅋㅋㅋ

그렇게 완성된 마쯔잔에 맑은 청주와 벚꽃잎 한 장의 풍류를
놀라운 히노끼의 향과 함께.. ㅋㅋㅋ



by SvaraDeva | 2011/05/16 00:45 | 트랙백(1) | 핑백(1) | 덧글(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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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Alchemist at 2011/05/23 14:58

제목 : 히노끼 칼꽂이 만들기
행켈 나무 칼꽂이가 있긴 있는데, 이거 항상 보면서 찝찝하다.왜냐믄, 칼 꽂는 부분이 너무 좁아서, 물기라도 묻은 채로 꽂아넣으면 축축하고 물도 잘 안마르고,안마르니, 대충 스텐레스 만든 칼이라면 모를까, 좀 좋은 강철로 만든 칼은 날이 금방 녹슬 것 같아서.그렇다고, 귀차니즘에, 사용한 칼을 인스트럭션대로그 때 그 때 물로 씻어 행주로 닦아 건조해서 보관.... 이 가능할리 없고. 나중에 그 좁은 틈 안에서 곰팡이 ......more

Linked at Alchemist : 201.. at 2011/12/31 20:11

... 루스에서 2,735번째로 게시물을 가장 많이 작성하셨네요. 1위: 목공(5회) | 목공 첫 도전기: 히노끼 탕 만들기 2위: DIY(3회) | 히노끼 마쯔잔 만들기 3위: 개그는개그일뿐(2회) | 그릇된 믿음 4위: 히노끼(2회) | 목공 첫 도전기: 히노끼 탕 만들기 5위: 주먹장(2회) | 목공 ... more

Commented by brolly at 2011/05/16 00:54
헉. 뭘 이리도 많이 만드셨지ㅠㅠ; 마쯔잔은 또 몬가요 그냥 술잔을 부르는 말인가요?
와. 그런데 이 블로그에 끊임없이 내리는 하이얀 것들이 겨울엔 눈같았지만
올려주신 저 새빨간 우산 위에는 하염없이 내리는 사쿠라 꽃비가 되어 몹시도 아름답습니다.
Commented by SvaraDeva at 2011/05/16 08:30
ㅎㅎㅎ 실은 몇가지를 더 만들었는데.. 동시 작업하고 있는 것들도 있고요.
마쯔잔은 일본 전통 술잔이예요. 사께를 제대로(?) 마시기위해서 필요한... 부드러운 나무의 느낌이 중요한데... 나무 마쯔잔은 일본가더라도 공장에서 찍어낸 것들 밖에 없어서 모서리도 날카롭고 직접 입술에 대고 먹기 그래요. 그래서 보통은 레이슈잔이던가 같이써서 마시죠. 레이슈잔과 포개서 술을 넘치게 따르고 마쯔잔에 넘친 술ㅇㄹ 다시 레이슈잔에 따라마시고.

ㅎㅎ 그렇네요. 이놈의 눈은 대체 몇 년동안 내리고 있는건지.
Commented by brolly at 2011/05/16 10:56
여기에 따라 마시면 정말 히노끼 향이 계속 나는 건가요? 시간이 오래 흘러도 향이 없어지지 않아요? 히노끼는 항상 그게 궁금하더라고요 막 만들었을 때 새거일 동안만 향이 나는건지, 아님 계속 사용해도 향기가 지속되는건지.

참 혼자 보기 아까운 포스팅들이니 태그를 좀더 많이 달아주심 어떨까요? 가령 이 포스트같은 경우는 주먹장, 사개맞춤, 루바제, 히노끼, 대패질하는 방법, 벚꽃 이파리와 술, 화인 또는 불도장? 구리도장? 등등이 떠오르는데. 비슷한 경험을 하려는 이들이 참고할 수 있을 거 같아요.

그나저나 저, 글씨 훤히 비치는 대팻밥은 가히 예술이네요!
Commented by SvaraDeva at 2011/05/16 11:17
우오... 태그를 그럴 때 다는 것이로군요. 몰랐어요. 그럼 말씀하신대로 수정을 ㅎㅎㅎ
네.. 물이 닿기만 하면 계속 향이 나더라구요. 아주 오래되어도요. 신기하죠?
Commented by soohah at 2011/05/16 11:33
우왕! 마쯔!! T_T 히노끼 마쯔!!
Commented by soohah at 2011/05/16 14:03
근데 마쓰자케랑 마쯔랑 같은거 맞죠? 전 마쓰자케는 많이 들어봤는데..
Commented by SvaraDeva at 2011/05/16 15:22
역시 히노끼 마쯔는 진리 ㅎㅎ

마쓰자께? 마쓰랑 사께의 합성어 같은데, 그 마쓰가 잔 마쓰인지 소나무 송자를 쓰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소나무사께란게 있다면 그걸지도... ^^;;;
Commented by soohah at 2011/05/16 16:30
松酒 이거래요.. 향나무나 히노끼 마쯔에 나오는 술을 일컫는 말인듯?
Commented by SvaraDeva at 2011/05/16 17:29
응 그럼 맞나보네 ㅎㅎㅎ
마쯔자께는 마쯔에 나오는 술. ㅎㅎ
Commented by chan at 2011/05/16 21:29
아 귀여워요. 히노끼탕 미니어처 같네요. 쪼그만 인형 담가두면 딱!일텐데 ㅋㅋ
배우지도 않았는데 능숙하게 다루게되는 그런거 정말 신기해요. 전생에 목공신이셨나... 저런 잔도 마무리까지 이렇게 완벽하시다니 물샐틈 없는 스바라님 ㅎㅎ

저거 모서리쪽으로 마시는 건가요?
Commented by SvaraDeva at 2011/05/17 10:27
흣흣 맞습니다. 미니어쳐 히노끼탕. ㅎㅎ 인형이라.. 어디서 인형을 빌리나 ㅋㅋ
그러게요. Natural born to be a woodworker 일라나 ㅎㅎ
얌전하게 흘리지 않으려면 모서리로 마시고요.
호탕하게 가운데로 마셔서 입가로 흘리는 맛도 있고요 ㅋㅋ
맹물만 따라마셔도 뱃속이 화아~ 하니 상쾌해져요. 설사병도 낫고요 ㅋㅋ
Commented by 산만 at 2011/05/23 13:08
초뒷북덧글. 히노끼와 물의 궁합은 신기한거 같아요. 분명 재료로 쓰인 목재는 말라있어야 하는게 맞을텐데 물과 닿아서 물도 좋고 나무도 좋게 만드는 조합. ...저 목공에 재주는 하나도 없는데 언젠가는 "마이my 두부 만들기"에 도전할 예정이라서, 그리고 그 두부틀도 만들 예정이라서...예정이기만 하지만 정말 예정이기는 해서... 사각 나무 통에 더더욱 눈이 가는군요. 멋집니다. 예.
Commented by SvaraDeva at 2011/05/23 13:27
그죠그죠. 이상한 궁합이예요. 응? 마이 두부만들기? 그 콩으로 만드는 하얀 두부이야기 하시는 게 맞나요? 그거 그냥 만들면 되는거 아닌가요? 콩가루랑 간수랑. 다른 의미이신가?
Commented by 산만 at 2011/05/23 14:16
앗 그 두부 맞아요. 근데 요리나 부엌살림은 수준도 스케일도 얄팍하고, 대충 끼니때우고 사는지라... 단순한거라도 "그냥"은 안만들어질 거 같아요. "마이 비어 만들기", "마이 두부 만들기" 등등 말만들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거창하게 이름붙인 대세에 따르는 척 하면, 뭔가 프로젝트인양 유난을 떨 수 있는 장점이 있죠 ㅋ 그나저나 초스피드 답글. 아이폰의 힘입니까.
Commented by SvaraDeva at 2011/05/23 15:01
잇힝 그렇군요. 마이 비어 만들기나, 마이 막걸리 만들기는 좀 도전해볼만 하겠어요.
용기의 소독이 완벽하지 않으면 잡균이 자라서 맥주효모랑 경쟁하느라 맛을 버릴테니까요.
호프의 양을 조절하는 것도 예술이고 나름 즐기는 맛이 있겠어요.
나처럼 미맹만 아니라면;;;; ㅎㅎ

저는 컴맹이라 아이폰같은거 무서워서 못써요T_T.
단지 점심먹고 들어와서 확인해보니 반가운 덧글이라 답했을 뿐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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